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책 리뷰/후기] 왓치맨 (Watchmen) - 앨런 무어

by 버즈개미 2022. 5. 18.
반응형

앨런 무어의 왓치맨

  • 저자 : 앨런 무어(글), 데이브 기번스(그림)
  • 장르 : 그래픽노블, 히어로, 철학
  • 별점 : ⭐⭐⭐⭐
  • 읽은 기간 : 2022.04.18 ~ 2022.05.08

 

줄거리 요약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 역사물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되는 인물들은 과거 슈퍼히어로 생활을 했던 사람들로, 정부의 승인 없이 히어로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킨 법령이 통과된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코미디언과 닥터 맨해튼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아직까지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고 그 외의 인물들은 모두 은퇴하였다. 유일하게 로어셰크만 킨 법령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마스크 아래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계속 경찰에게서 쫓기는 이유다.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으로 자경단 활동을 하던 에드워드 블레이크가 고층에서 추락사를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어셰크는 이를 과거 히어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노리는 살인범이 있다고 의심하며 개인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그 이후 오지만디아스에게 암살 시도가 있었고, 닥터 맨해튼은 암을 유발한다는 언론의 모함에 화성으로 도망가게 된다. 로어셰크 본인은 함정에 빠져 감옥에 수감된다. 2대 나이트 아울과 2대 실크 스펙터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로어셰크의 탈옥을 돕는다. 이 계획의 뒤에 오지만디아스의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들은 오지만디아스의 북극 기지에 찾아가고, 오지만디아스가 계획하고 이미 실행한 작전에 대해 듣게 된다. 그 작전은 다음과 같다.

유전공학을 통해 거대한 외계 생명체를 만들어낸 뒤 이를 뉴욕으로 순간이동 시켜 그 반작용으로 도시의 절반을 날려 보내는 것이다. 외계에서 온 거대한 비극 앞에서 세계가 하나 되어 전쟁을 막겠다는 발상이다.

이 계획을 처음 듣는다면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작중 오지만디아스는 지상 최고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다. 오지만디아스의 계획이 단순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설정붕괴일 것이다.

반응형

 

후기

읽은 첫 번째 그래픽 노블이다. 타임스지 선정 1923년 이후 최고의 영문 소설 100선 중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며 휴고상 수상작인 왓치맨을 먼저 읽겠다고 정한 것은 쉬운 결정이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만화책과 큰 차이가 없지만, 소설만큼 방대한 내용과 더 수준 높은 그림을 가졌다고 하여 예술성 높은 만화로 인식된다. 그러나 코믹스와 그래픽 노블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왓치맨을 놀라운 연출들을 선보인다. 여러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하는데, 인물의 대사와 그림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넘나들면서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사용되는 연출들이 압도적이다. 특히 검은 수송선이라는 해적 만화가 메인 이야기와 함께 전개되는데, 주인공들의 내면과 메인 이야기에 대한 암시들이 수시로 들어가며 책의 전반적인 깊이를 책임진다. 챕터마다, 그리고 책의 전반적으로 여러 이미지들이 반복되면서 이 효과를 가중시킨다. 노스탈지아 향수, 남녀가 키스하고 있는 벽화, 그리고 코미디언의 스마일 뱃지가 수미상관을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상징이 등장했을 때는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되지만, 챕터가 끝나갈 때, 그리고 이야기의 후반부에 상징이 다시 등장하며 이야기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크게 높인다. 특히 화성에서 던져진 노스탈지아 향수병을 가지고 4개의 회상 장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연출이 압도적이다. 다양한 이미지들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곳으로 모으고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모습은 이 책이 왜 명작으로 평가받는지 독자를 납득시킨다.

연출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닥터 맨해튼을 활용한 연출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닥터 맨해튼은 원자력 기기 속에 갇혀 방사능에 노출되어 사망하지만, 이 사건으로 신적인 능력을 얻어 몸을 재조립하여 다시 등장한다. 닥터 맨해튼은 양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으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미래와 과거를 현재와 같이 인식하고 현재, 과거, 미래를 혼용하면서 말하여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언론의 압박에 질려 화성으로 도피한 닥터 맨해튼이 현재와 과거, 미래의 대사를 혼용하면서 사색하고, 그에 따라 배경이 되는 그림도 시간 순서가 뒤섞이는 4장의 연출은 매우 뛰어나다. 또한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1대 나이트 아울의 자서전, 여러 신문 기사와 인터뷰들, 사건 파일 등 세계관과 연결된 글들이 몇 장씩 소개된다. 이 글들은 그 자체로도 수준 높지만, 메인 이야기와 연결되며 인물과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며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처럼 더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인물

극 중의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왓치맨의 슈퍼히어로들은 우리가 익숙한 마블의 히어로들과는 다르게 초인적인 능력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마스크를 쓴 자경단들과 이에 맞춰 컨셉을 잡고 활동한 악당들의 쇼에 가깝다. 비유하자면 격투 스포츠가 아닌 각본대로 연출하는 프로 레슬링에 가까운 것이다. 히어로 중 진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닥터 맨해튼 하나뿐이다. 그나마 오스만디아스는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답게 신체 능력까지 고도로 단련하여 나중에는 총알도 손으로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의 등장인물들은 마스크를 썼을 뿐, 신체능력이 평균보다 뛰어난 일반인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의 종단부, 오지만디아스의 계획을 들었을 때,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일반인의 반응을 보여준다.

코미디언의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가지고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한 로어셰크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다. 로어셰크의 복면은 로르샤흐 테스트의 잉크 반점 그림인데, 이 테스트는 나중에 로어셰크가 감옥에 수감됐을 때 심리상담에 사용된다. 로르샤흐 테스트를 통해 로어셰크는 상담가에게 자신이 마스크 아래서 활동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이러한 연출은 인물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작가는 로어셰크가 코미디언 암살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본인이 기록한 저널을 활용하여 극을 전개시킨다. 어찌 보면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역할로 시작한다. 대의를 목표로 행동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협박하고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등 목표로 도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적 성격을 보인다. 단순해보이는 캐릭터지만, 상담사에게 자신의 가정환경과 성장기를 설명하면서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로 바뀐다. 말투 또한 3인칭으로 말하며 감정의 개입 없이 명료한 말투가 특징이다. 사이코패스로 시작하지만, 갈수록 정이 드는 독특한 캐릭터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