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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문

[영화 비평] 오펜하이머 - 크리스토퍼 놀란

by 버즈개미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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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 주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상영시간 : 3시간
  • 별점 :

 

불확실한 세상의 폭발

양자역학은 우리의 삶과 큰 연관이 없는 미시세계에서만 적용되는 물리법칙이다. 그러나 놀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세계는 미시세계만큼 불확실하고 관측하기 전까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에 대한 문외한도 불확정성의 원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시세계로 들어가면 입자의 모든 물리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 모든 것이 확률로 존재한다. 확률로만 표현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우리들과 닮았다고 놀란은 이야기한다.

 

 

오펜하이머는 이론물리학을 공부한 천재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실험과 측정이 없는 이론은 관측되지 않은 입자다. 원자폭탄 역시 이론으로만 존재할 확률이 있을 뿐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자폭탄이 실제로 로스 앨러모스에서 터졌을 때는, 확률로 존재했던 원자폭탄의 가능성이 세상을 덮는 불길로 분화했다.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는 세상에서 원자폭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세상 모든 사람이 원자폭탄의 진정한 위력을 이해하면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 믿었다. 단순히 도쿄만에 투하하는 것이 아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직접 투하해야 대중들이 온전히 원자폭탄의 위력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했다. 사상자는 많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사실 오펜하이머도 원자폭탄의 위력을 이해하지 못했다. 폭탄이 투하된 이후 그는 자신이 일으킨 참상을 온전히 깨달으며 참회한다. 우리는 결과를 맞이하기 전까지 그 파급력을 산정하지 못한다. 미시세계처럼 말이다.

 

스트로스 또한 마찬가지다. 오펜하이머가 이론물리학에 능통했다면, 스트로스는 정치에 능통한 사람이다. 스트로스는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워 장관으로 임명되는 자신의 대관식을 진행하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오펜하이머의 편에 서면서 장관 인준에 실패한다. 바로 오펜하이머 하대하던 과학자 데이비드 힐이다. 정치에 능통한 스트로스도 예상하지 못했고, 팔짱 낀 채 스크린 넘어서 바라보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불확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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