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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문

[영화 비평] 콘크리트 유토피아 - 엄태화

by 버즈개미 2023.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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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엄태화
  • 주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 상영시간 : 2시간 10분
  • 별점 :

현대의 집은 주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물질적 가치와 동시에 정신적 가치가 있는 안식처다. 최근 몇 년 사이 집값 하나에 울고 웃으며 환호와 탄식이 오간 일을 기억할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 공화국을 배경으로 하는 블랙 코미디다.

 

 

대지진으로 천지개벽한 한국은 지옥도 그 자체다. 하루아침 뒤바뀐 세상에서 사람들은 각자 살길을 찾는다. 모세범(이병헌)과 김민성(박서준)은 아파트 주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주명화(박보영)와 도균(김도윤)은 모든 생존자를 도우려 한다. 그러나 이들을 과연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이타적이다. 황궁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모세범은 성군이다. 모세범이 배려를 베푸는 범위는 아파트 주민들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주명화와 도균은 배려의 범위가 조금 더 넓었을 뿐, 과연 모세범보다 더 선한 사람이라 단언할 수 있는가. 현실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배려의 범위가 자시 자신뿐인 사람도 있고, 자기 가족, 자신의 지역, 자신이 속한 민족, 그리고 특정 동물들까지 포함한 범위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이기적이라 비난하지만, 실은 서로 각자의 범위 안에서 이기적으로 살아갈 뿐이다.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매우 독특한 상징을 등장시킨다. 바로 바둑돌이다. 바둑은 상대방보다 집을 더 많이 짓는 게임이다. 그러나 좁은 한국 땅처럼 바둑판 역시 제한된 공간이므로, 결국은 남의 집을 빼앗아야 승리할 수 있다. 바둑돌은 외부인들을 몰아내는 주민투표에서 처음 사용된다. 황궁 아파트의 주민들은 바둑돌로 자신들의 집을 지켜낸다. 모세범(이병헌)은 기존 집주인이었던 김영탁을 바둑돌로 살해한다. 재밌는 점은 이때 사용한 돌이 백돌이라는 것이다. 바둑은 흑이 선공이며 백이 후공이다. 모세범의 입장에서는 먼저 집을 소유한 흑을 백돌로 몰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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