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
- 주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호이콴
- 상영시간 : 2시간 27분
- 별점 :
‘멀티버스’라는 개념은 근래 많은 창작물들의 중요한 모티브로 자리매김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이 흐름에 가담하여 멀티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극을 진행시킨다. 다른 세계를 넘나들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멀티버스의 이야기 구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멀티버스의 부흥
대부분의 사람들이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곳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일 것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멀티버스가 영화의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며, 평행 세계와의 상호작용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마블의 노력을 통해 이제는 대중에게 멀티버스라는 개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멀티버스를 사용한 영화는 마블 이전에도 있었다. <트라이앵글>, <스타 트렉 시리즈>, <해피 데스데이> 같은 영화들은 멀티버스의 개념들을 일부분 차용한다. 그러나 마블과는 달리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그 설정만 은연중에 암시할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마블이 선도한 멀티버스의 기류를 타고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멀티버스의 장단점
멀티버스는 얼핏 생각하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다른 세계에 살아가는 인물을 현실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은 작가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현실의 갈등을 다른 세계의 주인공이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적절한 인물을 새로 등장시키기도 쉽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이러한 특징이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이전에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토비 매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를 평행세계의 스파이더맨으로 등장시킨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이전 시리즈의 역사까지 계승하는 이러한 연출은 멀티버스의 장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만능 열쇠처럼 보이는 멀티버스는 사실 그 한계도 극명하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많은 평행 세계가 등장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 세계이기 때문이다. 평행 세계가 많이 등장할수록 역설적으로 현실 세계의 중요성이 더 대두된다.
사실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현실 세계의 문제를 피해 평행 세계로 도망갈 수 있다면, 이야기 전체가 허무주의에 빠지기 때문이다. 현실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세계로 도망가면 되고, 그곳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세계로 도피하면 그만인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사실 모든 문제와 고난은 무의미해지게 된다. 그 해결책을 다른 세계에서 가지고 오면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멀티버스라도, 현실이 가장 중요하며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내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또한 평행 세계의 인물들이 등장해도 사실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쓰일 뿐이다. 전개가 다채롭지만 결말이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채로운 전개와 뻔한 결말을 가진 영화다. 무림 고수의 에블린으로 변하던, 요리사 에블린으로 변하던, 핫도그 손가락의 에블린으로 변하던, 결국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현실의 에블린과 조이 사이의 문제고, 이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누구나 결말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영화의 러닝타임이다. 2시간 반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탓에 끝으로 갈수록 영화의 흥미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수많은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연출과 정신없는 전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멀티버스 영화의 태생적 한계다.
'영화 비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비평] 오펜하이머 - 크리스토퍼 놀란 (0) | 2023.09.25 |
---|---|
[영화 비평] 미스틱 리버 - 클린트 이스트우드 (0) | 2023.01.10 |
[영화 비평] 디파티드 - 마틴 스코세이지 (0) | 2022.09.06 |
[영화 비평] 호텔 뭄바이 - 안소니 마라스 (0) | 2022.09.04 |
[영화 비평] 카지노 - 마틴 스코세이지 (0) | 2022.08.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