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마틴 스코세이지
-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시 플레먼스, 로버트 드 니로
- 상영시간 : 3시간 26분
- 별점 :
좋은 영화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아쉬운 영화다.
20세기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세이지 부족에 대한 백인들의 만행을 담은 <플라워 킬링 문>은 무려 3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긴 상영시간 동안 관객들을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요구조건이 필요하다. 수준 높은 연기, 시각적 볼거리, 그리고 탄탄한 각본과 전개와 같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영화만이 관객을 오랜 시간 몰입시킬 수 있다. <플라워 킬링 문>은 명배우들의 명연기와 뛰어난 미장센을 지녔지만, 아쉬운 각본으로 인해 3시간 반 동안 몰입할 수 없는, 너무나 아쉬운 영화가 되었다.
각본상 큰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드 니로가 연기한 “킹 헤일”이라는 캐릭터가 악행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너무 빠르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사건의 배후가 영화 초반에 드러나고, 입체적인 캐릭터 또한 부재하여 더 이상 관객의 흥미를 끌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굴곡 없이 내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이다. 좋은 풍경과 경치를 제공하지만, 롤러코스터 자체가 그리 재밌지는 않다. 둘째는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인 “어니스트 버크하트”가 너무나 단조롭고 멍청하다는 것이다. 극을 3시간 반 동안 끌어나가야 할 핵심 인물이 영화에서 가장 답답하고 일차원적인 인물이다. 극 속의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보면 너무나 단순하게 그려진 주인공과 이마저도 살려내는 디카프리오의 배우로서의 역량 동시에 볼 수 있으며, 이 양극 사이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상에 빠지게 만든다.
앞서 서술하듯, <플라워 킬링 문>은 각본이 아쉬울 뿐, 스코세이지 특유의 연출은 그대로 살아있다. 특히 폭탄으로 암살을 사주하는 전후 장면들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좋은 재료들을 공수해 왔지만, 잘못된 레시피로 인해 오버쿡 되어버린 요리를 보는 요리사의 심정이 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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