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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문

[영화 비평] 라이언 일병 구하기 - 스티븐 스필버그

by 버즈개미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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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 - 스티븐 스필버그

 

  •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주연 : 톰 행크스, 맷 데이먼, 제레미 데이비스
  • 관람일시 : 2022.06.15
  • 평점 : 

 

영화 초반부 등장하는 30분 분량의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전쟁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장면이라 말할 수 있다. 해변 상륙부터 진지 점령까지의 묘사는 너무나 잔혹하고 그렇기에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자신의 잘린 팔을 줍는 병사, 내장이 흘러나온 채로 쓰러진 병사, 의무병이 자신이 응급처치하던 병사가 머리에 총을 맞자 쌍욕을 하는 장면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결말이 스크린에서 쏟아진다. 뉴스와 기사로만 전쟁을 접한 우리에게 스필버그는 전장이 어떤 곳인지 톡톡히 보여 준다. 영화를 관람한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가 ‘그때와 다른 건 냄새뿐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너무나 사실적인 전투 묘사가 전쟁의 잔혹함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스필버그는 우리에게 피바다가 무엇인지 단어 그대로 보여준다.

 

전쟁영화답게 등장인물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은 세 사람이라 생각한다. 밀러 대위(톰 행크스),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 그리고 업햄 기술상병(제레미 데이비스)이다.

 

밀러 대위를 연기한 톰 행크스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답게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톰 행크스는 연기로 흠잡을 수 없다. 프레스트 검프와 마찬가지로 순박하고 진실된 사람 역할은 톰 행크스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밀러 대위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카메라가 그의 떨리는 오른손을 자주 보여준다. 손 떨림은 전쟁의 공포와 참전용사들에게 남은 정신적 충격으로 바라볼 수 있다. 밀러 대위의 떨리는 손은 죽어서야 비로소 떨림을 멈춘다.

 

맷 데이먼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라이언 일병을 맡은, 정말 중요한 인물이다. 영화의 전개 자체가 라이언 일병을 찾기 위한 구출팀의 입장에서 전개되는데, 라이언은 영화가 시작된 지 거의 두 시간이나 지나서 첫 등장을 한다. 이 장면에서 라이언은 큰 임무를 부여받는다. 바로 구출팀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자신이 두 시간 동안 찾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맷 데이먼은 첫 등장 장면과 형제들의 일화를 말하는 장면, 두 번의 훌륭한 연기로 이를 완벽하게 해낸다. 영화 내에서 비중이 큰 역할이 아니었지만, 짧지만 훌륭한 연기로 단숨에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정말 그 어떤 배우가 연기했어도 맷 데이먼을 능가하는 인상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업햄은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한 인물이다. 업햄은 원래 밀러 대위의 부대원이 아니다. 밀러 대위가 구출팀을 꾸리기 위해 인원을 파악하던 중, 데리고 있던 퉁역병이 전사하자, 옆 부대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한 병사를 차출한 것이다. 그렇기에 업햄은 다른 부대원들과 달리 실전 전투 경험이 없고,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사람이다. 군인들 사이에서 일반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이것이 그가 마지막 전투에서 패닉에 빠져, 본인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톰 행크스와 맷 데이먼과 달리 제레미 데이비스의 연기가 완벽하지는 못했다. 패닉에 빠진 업햄을 보면 이게 패닉에 빠진 사람인지, 실연당한 남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업햄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관객이 납득하려면 완전한 행동 불능의 패닉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러나 제레미 데이비스는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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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들을 보면 보통 작은 부대 단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개성 있게 설정되지 않았다면, 관객들은 인물들을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알 포인트 같은 영화들만 보아도,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은 인물들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부대원들은 모두 겹치지 않는 개성을 보여주면서 인물 개개인에게 몰입하는 것을 쉽게 해준다. 앞서 서술한 세 주연과 더불어 총 쏠 때마다 기도문을 외는 저격수 잭슨, 유대인 멜리시, 의무병 웨이드과 같이 개성 있고 매력적인 조연들을 그려내면서 부대 전체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카메라와 구도설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전쟁영화의 구도 설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감독은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 상황을 스크린에 담아내야 하는데, 넓은 전장과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이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가끔 전쟁영화를 보다 보면 큰 전투에 대한 흐름을 놓치기 쉽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카메라를 계속 이동시키면서 한 자리에서 여러 인물들과 구조물들의 위치를 보여주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넓은 전장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전투를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게 한다.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가장 먼저 극 초반과 엔딩으로 등장하는 노인이 된 라이언을 말할 수 있다. 노년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자신의 젊었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 전개는 영화에서 흔하다. 그러나 이 전쟁 이야기는 라이언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이언은 구출팀이 자신을 찾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겪지 못했다. 영화는 밀러 대위의 이야기지 라이언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노인 라이언의 회상 장면이라 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스필버그가 노인 라이언을 출연시킨 이유는 라이언이 밀러 대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과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는 영화의 대부분을 밀러 대위와 젊은 라이언 일병과 함께 보냈기 때문에 노년의 라이언에게 친밀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노년의 라이언이 주는 감동이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노인 라이언의 출연 없이, 전쟁 상황만 보여주는 것이 더 완성도가 높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버전을 낸 스필버그의 결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노년의 라이언이 나오는 장면들을 보면 구도와 조명이 상당히 예스럽다. 그러나 98년 작인 것을 감안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다.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초반부에 비해 후반의 전개는 아쉬움이 있다. 초반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후반부가 비교당하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후반의 전개는 라이언과 부대원들이 집으로 돌아갈 자격을 얻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밀러 대위의 부대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임무가 아닌 남의 임무를 하기 싫어했다. 밀러 대위가 잠복한 독일군을 발견한 뒤, 다른 미군 부대가 기습당할 것을 우려해 공격을 지시했을 때, 부대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또한 독일군을 제압하는 과정 중에 의무병 웨이드가 사망하자, 레이번 일병은 명령을 불복종하고 부대를 이탈하려는 행동까지 한다. 그렇기에 부대원들이 자신은 다리를 사수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라이언의 말을 듣고, 라이언의 임무를 도운 뒤 돌아가자는 결정을 하기까지의 근거가 빈약하다. 또한 밀러 대위가 전투 내내 라이언을 전방에서 싸우지 못하게 하며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 라이언이 진정으로 집에 갈 자격을 얻었는가도 의문이다.

 

정리하자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최고의 전쟁영화다. 대단한 연출과 연기를 보여주며 이후의 모든 전쟁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압도적인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전개는 갈수록 힘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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