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 주연 : 오스카 아이작,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 관람일시 : 2022.06.06
- 평점 : ⭐⭐⭐⭐
‘세상은 부조리하고 인간은 무기력하다.’ 이는 코엔 형제 영화들의 공통적인 주제다. 영화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즈 역시 무기력한 인물이다. 친구와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 무일푼의 가수다. 이 남자에게는 큰 결함이 있다. 음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 ‘르윈’을 남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하는 사람이다. 본인을 르윈 데이비즈라 소개하면 남들은 그의 이름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고어파인 부부의 비서는 르윈을 고양이 이름으로 알아듣고, 차에 동승한 사람은 엘윈으로 알아듣는 등 영화 내내 르윈의 이름은 잘못 불린다. 그러나 이것은 르윈 또한 마찬가지다. 고어파인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그는 그린펑이라는 이름을 인지하지 못한다. 르윈은 이름을 인지시키고 인지하는 것에 양쪽으로 결핍된 인물이다. 그러나 르윈을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항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르윈이 먼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휴 데이비스의 아들이냐 물어보는 등 르윈을 제대로 인지하는 유일한 집단이다. 르윈이 그토록 싫어하는 항해사 집단이 자신을 유일하게 인지해주는 집단인 것이 영화가 말하는 삶의 아이러니다.
극을 진행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고양이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등장한 고양이는 총 3마리다. 고어파인 부부의 고양이 율리시스, 르윈이 발견한 길고양이, 그리고 르윈이 차로 친 고양이다. 고양이는 다양한 것들을 상징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상징은 태아와 태아에 대한 르윈의 책임감이라 생각한다. 르윈은 시카고로 오디션을 보러 갈 때 차 안에 고양이를 버려두고 홀로 떠난다. 본인 걱정도 하기 벅차, 고양이를 데리고 갈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태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과 동일하다. 그 길을 떠나 도착한 오디션장에서 르윈은 처음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 영화의 제목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는 이때 르윈의 앨범 제목으로 화면에 처음 등장한다. ‘르윈 데이비스의 내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앨범의 수록곡, 즉 자신의 속마음을 오디션장에서 노래하게 된다. 노래의 가사는 제인 왕비가 자신의 배를 갈라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헨리 8세에게 애원하는 내용이다. 르윈이 두 명의 여성에게 낙태를 하려 하고, 고양이를 차에 버리고 간 행동과는 달리, 르윈의 내면에는 이에 대한 죄책감이 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많다. 보통 로드무비에서는 차를 주인공의 인생, 주인공 본인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런데 영화 속 차들 안에는 재미있게도 항상 죽은 듯이 자는 동승자가 있다. 이는 르윈의 내면에 있는, 자살한 르윈의 파트너에 대한 마음의 짐을 의미하며 반쯤 죽은 듯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르윈 본인을 의미할 수 있다. 어두운 밤길을 따라 뉴욕과 시카고 사이를 오고 가는 르윈의 인생을 그리지만, 보통의 로드무비와 달리 르윈은 돌아가거나 정착할 집이 없다. 르윈이 가는 어느 장소도 르윈의 안식처가 아니다. 이는 첫 번째 고양이와도 대비된다. 고어파인 부부의 고양이는 르윈의 실수로 집을 나갔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돌아온다. 고양이의 이름은 ‘율리시스’. 트로이 전쟁 이후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간 오딧세우스의 라틴 이름이다. 그러나 율리시스와 달리 르윈은 집에 돌아기지 못하고 돌아갈 집도 없다.
영화는 르윈이 바 뒤편에서 양복 입은 남자에게 맞으면서 시작되고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수미상관 형식들은 영화의 주제를 강화하고 깊이를 더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수미상관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된다. 처음과 마지막의 장면을 두 개의 다른 사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처음 맞은 장면은 마지막에 맞은 장면과 같은 장면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처음 맞은 이후 고어파인 부부의 집에서 일어날 때, 르윈의 얼굴에는 맞은 자국이 없다. 또한 마지막에 맞은 이유가 여자 뮤지션들이 바에서 공연하기 위해 바 주인과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고, 진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깨달아, 그 사실에 분노해서 공연하던 부인에게 막말을 했기 때문이다. 르윈이 처음과 마지막 두 번 맞았다면 맞을 만한 짓을 두 번 했다는 것인데, 영화를 본 우리는 르윈이 큰 사건 없이 두 번이나 막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처음 맞은 장면은 단지 마지막에 맞는 장면을 먼저 보여준 것이 되는데, 이는 극의 초반에 흥미를 일으키는 장치에 불과한, 좋지 못한 수미상관 형식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나온 노래들이 정말 좋다. 모두 오스카 아이작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직접 부른 노래들인데, 오스카 아이작도 밴드 리드보컬 출신인 만큼 실력이 좋다. 음악 영화로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다. 나는 특히 애덤 드라이버와 같이 부른 케네디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애덤 드라이버는 이 영화 속 자신의 연기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나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훌륭한 연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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