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샘 레이미
- 주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추이텔 에지오포
- 관람일시 : 2022.05.08
- 별점 : ⭐⭐⭐
샘 레이미가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단순하다. 용기를 가지고 본인의 두려움에 맞서라는 것이다. 이는 세 주연들의 캐릭터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아메리카 차베즈는 능력이 겁에 질렸을 때만 발현되며 그 능력은 도망가는 것, 그것도 다른 세계로 도망가는 능력이다. 스칼렛 위치는 동생과 비전을 잃고 다른 멀티버스에서 아들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는 크리스틴에게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크리스틴의 결혼식에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답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이 영화에서 도피 수단으로 멀티버스가 사용된다. 다른 세계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해결책을 위해 배우들은 멀티버스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그들의 멀티버스 속에서 찾은 것은 평안이 아니였다. 시니스터 스트레인지는 여러 우주를 찾아다녀도 자신과 크리스틴이 행복해지는 우주는 없었다고 말한다. 현실 세계에서 찾지 못한 해답은 어느 멀티버스에도 없었다.
멀티버스라는 설정을 보면 요즘 화두인 주제가 떠오른다. 바로 메타버스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은 요즘 여러 개의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이든, 친구들이든, 인터넷 커뮤니티든, 다른 세상에서 다른 인격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생활을 한다면 삶이 망가져버리기 십상이다. 이는 영화의 설정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바로 인커전이다. 다른 멀티버스로 사람이 넘어오면 인커젼이 발생해 두 세계 중 하나의 세계가, 혹은 두 세계 모두 파괴된다는 설정이다. 게임 중독, 마약 중독 등 어느 한 세계에 깊게 관여하게 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혹은 뉴스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완다와 닥터 스트레인지가 드림워킹을 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촛불에 둘러쌓여 명상하는 모습을 보면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VR을 사용해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떠올려진다.
또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비샨티의 책이다. 이 책은 마법사가 적을 무찌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전설의 책이지만 영화 속에서 한 번도 펼쳐지지 않는다. 비샨티의 책과 대척점에 있는 다크홀드는 여러 번 읽히고 사용되지만, 비샨티의 책은 맥거핀에 불과하다. 여기서 우리는 맥거핀이 쓰인 다른 영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이다. 주인공들은 황금 가방을 쟁취하기 위해 무력도 서슴지 않지만, 정작 가방 안의 내용물은 영화 내내 한 번도 보여지지 않는다. 이는 가방이 자존심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샨티의 책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용기이다. 마법사가 적을 무찌르는 방법은 적과 맞서 싸울 용기를 가지고 직접 상대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적과 싸울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다. 각본의 종단에 가서는 아메리카 차베즈가 스칼렛 위치를 직접 상대하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인의 마음을 크리스틴에게 직접 고백한다. 그렇다면 다크 홀드는 쉽게 읽히지만 비샨티의 책은 왜 끝까지 펼쳐지지 않았을까? 그것은 용기를 가지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세 주연들은 여러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만드는 순간은 인물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영화의 연출은 호블호가 갈릴 만한 요소다. B급 호러영화에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면들을 닥터 스트레인지에도 녹여냈다. 터널에서 스칼렛 위치가 스트레인지 일행을 쫓아올 때, 스칼렛 위치를 원래의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좀비처럼 형상화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또한 시체 스트레인지에 빙의하여 땅 속에서 손이 올라오는 장면과, 인피니티워의 천수관음의 형상을 패러디 하여 검은 악령들로 망토를 만든 시체 스트레인지의 모습은 샘 레이미의 색깔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마블 영화 답지 않게 고어한 연출도 일부 있었다. 마블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라면 과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샘 레이미의 팬이라면 순화된 연출에 아쉬움을 느낄 만 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드한 연출들이 많다. 음표로 싸우는 장면은 호평하기가 힘들며, 장면 사이에 개연성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소서러 수프림의 제자가 목숨을 바쳐 없앤 다크홀드를 바로 다음 장면에서 복사본이었다고 실토하는 장면은 영화의 몰입을 완전히 방해한다. 그러나 샘 레이미만이 할 수 있는 연출들이 잘 나왔고 분명히 호평할 부분도 많다.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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