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애덤 맥케이
- 주연 :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 상영시간 : 2시간 10분
- 관람일시 : 2022.07.06
- 별점 :
편집과 연출의 정수
동시에 진행되는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정신없는 교차편집으로 2시간 동안 관객을 매료시킨다. 이 영화의 편집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신없게 명확하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유사한 편집방식이지만, 이 작품이 그중 최고다. 애덤 맥케이 감독은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단편적인 이미지들과 짧은 클립들을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하며, 이 영화가 단순히 4명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동시에 진행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교차하면서 보여주지만,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 애덤 맥케이는 개인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거대한 사회의 이야기로 치환하여 관객에게 전달한다.
음악 또한 완벽하다. Sweet Child O’ Mine과 Master of Puppets 같은 락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Gorillaz의 Feel Good Inc.가 깔릴 때 감탄했다. 편집을 칭찬할 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사들도 너무나 완벽하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캐릭터들을 너무 잘 살린 탓에 전혀 혼잡하지 않다. 이는 대사와 상황설정에 대한 칭찬을 해야 한다. 이 영화 속의 대사들은 정말 정교하게 짜여 있다. 건너가는 말로 등장한 ‘노부’라는 식당이 에필로그에도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치들로 우리는 주인공들을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인식하게 되고 실제로 일어난 비극에 더 몰입할 수 있다.
빅 쇼트는 정말 특이한 연출방식을 가지고 있다. 극의 주인공들은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쳐다보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라이언 고슬링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방금 장면은 현실과는 조금 달랐다고 친절하게 관객에게 말해주기까지 한다.
특이한 연출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빅 쇼트는 카메오들을 정말 독특한 방식들로 사용한다. 거품 목욕하는 마고 로비와 블랙잭을 치고 있는 셀레나 고메즈가 우리에게 경제학 용어들을 설명해준다. 마고 로비와 셀레나 고메즈의 역할은 관객에게 공매도와 CDO가 무엇인지 짧게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이런 시도들은 정말 성공적이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역할은 당연하고, 영화의 정신없는 편집방식과 어우러지며,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용어 설명’ 파트들을 재치 있게 사용한다. 그 와중에 거품과 도박이라는 시각적 정보를 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CDO의 상황과 대치시키기까지 한다. 이러한 독특한 연출들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두 시간 동안 경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스티브 카렐 &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은 빅 쇼트에서 정말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스티브 카렐은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인공인 마크 바움을 연기한다. 세상 모든 것을 불신하는 비관론자인 마크 바움은 잘못 걸린 전화를 통해 빅 쇼트에 대한 정보를 운 좋게 얻는다. 자신이 비관하던 세상의 근간을 흔드는 사기극의 존재를 알아낸 마크 바움은 처음에는 이에 동조하지만, 갈수록 허망한 감정을 느낀다. 캐시에게 손실액을 들었을 때의 허탈한 표정은 압권이다. 극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냉소적인 사람이지만, 마지막에는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대단하다. 브래드 피트는 안경 쓴 브래드 피트, 라이언 고슬링은 머리를 이상하게 자른 라이언 고슬링처럼 보이지만, 크리스찬 베일은 정말 마이클 버리 박사로 보인다. 사무실에 시끄러운 락 음악을 틀어놓고 드럼 연습을 하는 괴짜 박사는 자칫하면 연기가 너무 과해 보일 수 있지만, 크리스찬 베일은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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