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비평문

[영화 비평] 이터널 선샤인 - 미셸 공드리

by 버즈개미 2022. 7. 9.
반응형

이터널 선샤인 - 미셸 공드리

 

  • 감독 : 미셸 공드리
  • 주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 상영시간 : 1시간 48분
  • 관람일시 : 2022.07.08
  • 별점 :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이터널 선샤인의 원제다. 영원한 햇살이 존재하지 않듯이 티 없는 마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 연인이었을 때도 불완전했고, 기억을 지웠을 때도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운명을 알면서도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찬란한 비극, 비통한 희극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인 라쿠나를 통해 연인이었던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만, 관성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서로와 다시 마주친다. 이터널 선샤인에는 조엘과 클레멘타인 이야기 외에도 하워드 박사와 메리의 이야기가 있다. 두 커플 모두 한 차례 기억을 지웠지만, 다시금 서로에게 끌린다. 이는 아름다운 사랑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극에 가깝다. 재결합한 커플들은 대개 이전과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 클레멘타인은 재미없는 조엘에 싫증이 났고, 조엘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클레멘타인을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기억을 지운 후 다시 시작할 연애는 이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 결말은 하워드 박사와 메리의 이야기로 엿볼 수 있다. 하워드 박사와 메리는 이미 한 차례의 불륜을 저질렀고, 이후 메리는 자신의 기억을 지운다. 그러나 메리는 다시 하워드 박사에게 끌리게 되고, 하워드 박사는 기억을 지우지 않았음에도 다시 메리와 입을 맞춘다. 하워드 박사는 기억을 지우는 시술 없이도 자신의 과오를 망각했고, 같은 결과를 두 번 겪었다. 두 연인들의 결말은 사실 정해져 있다. 불빛에 이끌리는 하루살이처럼 이들의 운명은 정해진 철도를 따라 달려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사랑과 설렘은 망각하는 자에게 내려진 축복이자 저주다.

 

사람에 따라 이 영화를 비극으로 해석할 수 있고, 희극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터널 선샤인은 비극이자 희극이며, 그러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영화 초반부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얼어붙은 찰스강으로 데려간다. 얼음 위에 누워 별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 둘의 연애를 상징한다. 이 둘이 누워있는 얼음에는 금이 가 있다. 찰스강의 얼음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녹아 없어진다. 그 균열은 이미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나란히 누워있는 장면은 아름답다. 오히려 얼음에 가 있는 금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반응형

 

미셸 공드리의 머릿속 여행

이터널 선샤인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세상에는 가슴 저린 사랑 영화들이 많지만, 이터널 선샤인만큼 정교하고 영리한 영화는 손에 꼽는다. 영화는 조엘이 잠에서 깨면서 시작된다. 출근길에서 그는 충동적으로 몬탁행 열차를 타고 그곳에서 클레멘타인이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난다. 클레멘타인의 적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둘은 빠르게 대화를 텄고, 다음 날 찰스강의 얼음 위에서 같이 별을 보기까지 한다. 다시 클레멘타인의 집에 도착하고서야 영화의 오프닝이 시작한다. 영화 시작 15분 만이다. 조엘은 차 안에서 오열하고 있고, 영화의 이야기는 에필로그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 기억을 다루는 영화답게 영화의 사건 배치는 역순으로 흘러간다.

 

영화 대부분의 내용은 수면제를 먹고 잠든 조엘이 하나씩 지워지는 클레멘타인과의 추억들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내용이다. 미셸 공드리가 그리는 조엘의 머릿속 기억들은 정말 아름답다. 하나의 꿈처럼, 서로 다른 장소들은 벽 하나를 두고 쉴 새 없이 바뀌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그사이를 계속 넘나든다. 실내에서 내리는 비와 설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침대처럼, 여러 기억들이 얽히는 만들어지는 기묘한 장면들을 미셸 공드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대사와 연출 또한 정말 정교하다. 기억을 탐색하는 영화답게 반복되는 장면들이 여럿 있다. 미셸 공드리는 이런 장면들을 계속 변조하면서 영화에 생기를 더한다. 하워드 박사가 조엘에게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조엘의 무의식으로 들어갈수록 기괴하게 변해간다. 대사들 또한 처음 등장했을 때는 관객은 그 완전한 의미를 모르지만, 영화의 진행에 따라 나중에 반복될 때는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패트릭이 차에 타 있는 조엘에게 도와줄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정교한 각본과 아름다운 연출, 훌륭한 배우들이 만나 만들어진 걸작이다.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고결한 수녀의 운명은 얼마나 행복한가)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세상을 잊고, 세상으로부터 잊히니)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Each pray’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d.
(모든 기도를 받아들이고, 모든 바람을 체념하니)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