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 낡은 소재속에서 빛나는 창의성
- 감독 : 우에다 신이치로
- 주연 : 하마츠 타카유키, 아키야마 유즈키, 나가야 카즈아키
- 상영시간 : 1시간 36분
- 별점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초반 30분은 영화 촬영장에 좀비가 출몰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B급 좀비 영화를 보여준다. 후반 1시간은 앞서 본 좀비 영화의 촬영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속의 영화를 보는 셈이다. 초반의 좀비 영화는 그 자체로 재밌게 볼만 하다. 좀비 영화를 촬영중인 남여 배우와 몇 명의 스태프들은, 계속된 NG에 잠시 휴식을 가진다. 이때, 밖에서 쿵 소리가 들렸고, 영화 촬영진 중 한 명이 좀비가 되어 나타난다. 좀비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오히려 덕분에 연기가 실감 난다면서 카메라를 들고 이들을 촬영한다. 좀비와 싸우는 과정 중에서 여주인공 홀로 살아남게 되고, 옥상에 피로 그려진 오망성 위에 서서, 높이 올라가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끝난다.
후반에는 영화의 제작과정이 담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속의 영화에 대한 촬영과정이다. 영화 속의 감독과 그의 딸은 생중계로 진행되는 촬영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들이 코믹하게 묘사된다. 연기자들 중 한 명은 술에 취해있고, 한 명은 촬영 도중 배탈이 났고, 한 명은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실제 도끼를 휘두른다. 라이브 방송을 살리기 위한 감독과 그의 딸의 기지의 결과가 처음 본 결과물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 본 좀비 영화의 조금은 엉성했던 연기와 촬영들이 나왔던 이유가 밝혀지면서 오는 재미가 있다.
이 영화는 영화를 분석적으로 관람하기 좋아하는 관객이나 평론가가 본다면 더욱 재밌고 유쾌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색있는 연출이나 구도를 보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초반의 좀비 영화에 있던 재미있는 연출들이, 후반의 제작과정을 보며 우연히 일어난 사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초반에 분석한 내용들을 유쾌하게 깨주는 영화다.
카메라맨의 시점으로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좀비 영화는 자연스럽게 REC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화감독만 한 차례 카메라를 보며 촬영을 멈추지 말라고 할 뿐, 다른 배우들은 카메라맨을 완전히 무시한다. 초반에는 카메라 움직임이 적지만, 갈수록 줌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흔들면서 추격전에 긴장감을 연출한다. 출연자들은 의미심장한 대사를 하며 영화에 으스스함을 더한다. 엔딩에는 피 칠갑을 한 여주인공이 피로 만든 오망성 위에 서 있는 장면을, 카메라가 높이 올라가며 하이앵글로 멋지게 담아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연출들이 의도된 것이 아닌, 우연히 만들어진 연출들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감독이 카메라를 보며 대사를 한 것은 모니터링하고 있는 스태프에게 한 말이었고, 카메라의 연출이 후반에 바뀌는 것은 카메라 감독이 넘어지면서 보조가 카메라를 잡았기 때문이다. 대머리 출연자는 물을 잘못 마셔 배탈이 나는 바람에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며 건물 밖으로 나갔고, 마지막으로 엔딩의 하이앵글은 지미집이 고장나는 바람에 인간 피라미드를 쌓아 찍은 장면이다. 이런 과정들은 억지스럽지 않고, 라이브의 긴박한 상황속에서 유쾌하게 진행된다. 감독은 우연의 연속에서 멋진 결과물을 창조해낸다. 낡은 소재가 된 좀비 영화에서 창의성을 뽐낸 멋진 영화다.
[영화 리뷰]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속 해프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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